제주 하논의 숨은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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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논의 숨은 물길

제주에서 만나는 유일한 논 풍경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는 오름과 해안, 돌담과 감귤밭으로 대표되는 제주 풍경과 결이 다른 공간이 있다. 제주에서 거의 유일하게 논농사의 명맥이 이어지는 하논 분화구다.

분화구 안에는 수확을 마친 논과 습지, 용천수인 몰망수, 논 사이로 이어지는 인공수로가 한데 모여 있다. 하논 분화구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해 분화구 안쪽을 지나 하논성당 터까지 걸으면 이곳의 자연환경과 농경 풍경을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하논 분화구 방문자센터

하논 분화구 방문자센터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일주동로 8823에 자리한다. 방문 차량은 센터 뒤편에 마련된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주차장 앞쪽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방문자센터가 나온다.

방문자센터는 하논의 자연환경과 역사, 생태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분화구 내부를 걷기 전에 하논의 특징을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만하다.

센터 실내에는 하논 드론 사진 공모전 수상작들이 전시돼 있었다. 사진에는 넓게 펼쳐진 분화구와 논, 주변 자연이 한 화면에 담겼다. 지상에서 보는 풍경과 달리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하논의 전체적인 지형과 논의 배치를 확인할 수 있다.

수확 뒤 드러난 하논의 가을

하논 분화구의 논은 계절과 농사 과정에 따라 뚜렷하게 달라진다. 벼를 수확하기 전에는 논 전체가 푸른 벼로 빼곡하지만, 수확이 끝난 뒤에는 벼가 사라진 논바닥과 가지런한 농경지의 경계가 눈에 들어온다.

현무암 지질이 넓게 분포한 제주는 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들어 논농사가 쉽지 않은 지역이다. 그러나 하논에서는 분화구 안에서 솟아나는 용천수가 논에 필요한 물을 공급한다. 이 물이 있었기에 제주에서 보기 드문 논농사 풍경이 이어질 수 있었다.

분화구 안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는 주변보다 낮게 자리한 논과 습지를 가까이 바라볼 수 있다. 계단 아래에서 본 논에는 수확 이전의 풍성한 모습 대신 한층 깊어진 계절의 분위기가 남아 있다. 화려한 색채보다 수확을 마친 농경지의 차분한 모습이 두드러진다.

논과 습지가 맞닿은 길 곳곳에는 뱀을 조심하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풀숲이나 수로 주변을 지날 때에는 발밑을 살피며 이동할 필요가 있다.

논농사를 지탱한 몰망수

몰망수는 하논 분화구 안에서 솟아나는 대표적인 용천수다. 현장에서는 몰망수 안내판과 함께 실제로 물이 솟아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자료에 따르면 몰망수는 오래전부터 논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해 온 샘이다. 이곳에서 나온 물은 사람이 만든 수로를 따라 논으로 흘러 들어간다. 몰망수와 수로는 하논에서 논농사가 가능했던 이유를 보여주는 핵심 요소다.

논 사이를 따라 이어지는 수로는 제주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풍경을 만든다. 오름과 바다, 돌담 중심의 제주 경관과 달리 하논에서는 흐르는 물과 논이 나란히 이어진다. 물길 주변에서는 분화구의 자연과 농경 환경이 서로 맞물린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수로에서 확인되는 생태

하논의 수로 주변에서는 우렁이도 관찰됐다. 논에서 볼 수 있는 우렁이에는 토종 논우렁이와 외래종 왕우렁이가 있지만, 현장에서 촬영한 모습만으로 정확한 종을 확정하기는 어렵다.

왕우렁이는 남아메리카 원산의 외래종이다. 잡초를 먹는 특성으로 친환경 농법에 활용되기도 했으나, 번식력이 강해 주변 생태계로 퍼지면 토종 생물과 농작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수로 끝부분에서는 물 위에 떠서 자라는 초록색 수생식물도 확인됐다. 형태는 부레옥잠과 비슷했지만 현장 관찰만으로 해당 식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부레옥잠은 남아메리카 원산의 외래 수생식물로, 부레처럼 부푼 잎자루를 이용해 물 위에 떠서 자라는 특징이 있다. 수질 정화에 도움이 되는 식물이지만 번식력이 강해 물길을 막거나 수면을 뒤덮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 추위에 약해 야외 월동이 어렵다는 점이 확산을 제한한다.

하논성당 터의 오래된 은행나무

분화구를 둘러본 뒤 이어지는 목적지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호근동 194-1의 하논성당 터다. 현재 성당 건물은 남아 있지 않고 과거 성당이 자리했던 터와 오래된 은행나무가 남아 있다.

관찰 당시 은행나무 잎은 노란색으로 물들기 전이었다. 잎에는 푸른빛이 짙게 남아 있어 가을의 황금빛 풍경을 보기에는 이른 시기였음을 보여줬다. 주변 홍가시나무 역시 잎에 붉은색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 정도였다.

노란 은행잎을 기대했던 시기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초록빛에서 가을빛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초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확을 끝낸 논과 아직 푸른 은행나무가 한 공간에 놓이며 하논의 늦가을 직전 풍경을 구성했다.

물과 논이 이어지는 하논길

하논 분화구에서는 방문자센터의 전시를 시작으로 수확이 끝난 논, 습지, 몰망수, 인공수로를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에 하논성당 터의 은행나무까지 만나면 하논의 자연과 농경, 과거의 흔적이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진다.

하논의 특별함은 단순히 논이 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분화구에서 솟은 물이 수로를 따라 흐르고, 그 물이 제주에서 보기 드문 논농사를 지탱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수확 뒤 차분해진 들판과 흐르는 물길, 아직 푸른 은행나무는 화려한 관광지와 다른 서귀포의 모습을 보여준다.

장소위치주요 특징
하논 분화구 방문자센터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일주동로 8823하논의 자연환경과 역사, 생태 전시 및 뒤편 주차장
하논 분화구 내부방문자센터 계단 아래논과 습지, 몰망수, 인공수로 관찰
하논성당 터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호근동 194-1성당 터와 오래된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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