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뚫은 칠십리 열기

비바람은 일부 일정을 멈춰 세웠지만, 서귀포의 축제 열기까지 꺾지는 못했다. 제32회 서귀포칠십리축제가 2026년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천지연폭포 인근 주차장에서 열렸다. 제30호 태풍 참피의 영향으로 여러 프로그램이 축소되거나 취소됐으나, 마지막 날 현장에서는 어린이 공연과 시민 가요제, 초청 가수 무대가 이어졌다.
태풍으로 축소된 축제 일정
축제 첫날 예정됐던 퍼레이드는 안전을 고려해 취소됐다. 각 동 참가자들이 준비해 온 무대를 펼치지 못하면서 아쉬움이 남았고, 축제의 다른 프로그램도 기상 상황에 따라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마지막 날에도 비가 이어졌지만 천지연폭포 인근 행사장에는 공연을 관람하려는 시민과 방문객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우천 속에서 진행되는 일정인 만큼 현장은 날씨를 살피며 차분하게 운영됐고, 무대가 시작되자 관객들의 관심이 공연장으로 모였다.
어린이가 표현한 해순이와 섬돌이
오후 4시부터는 해순이 섬돌이 콘테스트가 열렸다. 초등학생 참가자들은 뮤지컬과 노래를 통해 각자가 생각한 해순이와 섬돌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참가 어린이들은 준비한 순서에 맞춰 공연을 이어갔다. 노래와 연기를 결합한 무대마다 서로 다른 개성이 드러났으며, 관객들은 무대를 마친 어린이들에게 박수로 호응했다.
콘테스트가 끝난 뒤에는 시상식이 진행됐다. 두 명의 어린이가 해순이와 섬돌이로 선정돼 상을 받았고, 현장에서는 수상 어린이들을 향한 축하가 이어졌다. 날씨의 제약 속에서도 어린이 참가자들이 준비한 무대를 끝까지 선보였다는 점이 이날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체험과 생활 캠페인 한자리에
행사장 부스에서는 관광과 도시 경관, 목재 체험, 탄소중립 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하영올레 부스에서는 인스타그램 팔로우 이벤트가 진행됐고, 아름다운 간판 공모전 부스에서는 방문객 투표가 이뤄졌다.
붉은오름목재체험장 부스에서는 편백 컵 받침 만들기 체험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편백 소재를 직접 다루며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컵 받침을 만들었다.
탄소중립 포인트 에너지 참여 안내와 다회용기 사용 캠페인도 마련됐다. 축제의 즐거움과 함께 에너지 절약과 일회용품 감축의 필요성을 알리는 내용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천지연과 지역 상권 잇는 행사
천지연폭포 스탬프 투어를 비롯해 여행객을 위한 트래블 키트 증정, 지역 숙소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제주 굿즈 증정 행사도 진행됐다.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이 천지연 일대와 지역 관광 자원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었다.
서귀동과 천지연 인근 상점을 이용한 방문객을 위한 럭키캡슐 이벤트도 마련됐다. 해당 지역 상점에서 2만 원 이상 구매한 영수증으로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축제 방문을 주변 상점 이용으로 연결해 지역 상권과 행사장이 함께 활기를 얻도록 한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운영됐다.
서른 번째 칠십리 가요제
해순이 섬돌이 콘테스트에 이어 제30회 칠십리 가요제가 펼쳐졌다. 모두 12팀이 참가해 각자 준비한 노래로 무대에 올랐다. 가을비가 이어지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순서대로 공연을 선보였고, 천지연 일대에는 노랫소리와 관객의 박수가 울려 퍼졌다.
무대마다 참가자들의 열정적인 노래가 이어지면서 궂은 날씨 속에서도 공연의 흐름은 끊기지 않았다. 관객들은 자리를 지키며 참가자들을 응원했고, 가요제는 축제 마지막 날의 중심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시상식에서는 김원칠 서귀포시 부시장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김 부시장은 시민의 삶에 와닿는 시정을 펼치고 더 살기 좋은 서귀포를 만들어 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가요제 대상은 ‘잊혀진 계절’을 부른 참가자에게 돌아갔다. 수상 발표 뒤에는 대상 무대를 축하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으며, 관객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앙코르 무대를 기다렸다.
크라잉넛이 장식한 마지막 무대
축제의 마지막 순서는 크라잉넛 공연이었다. 비가 계속 내렸지만 무대가 시작되자 공연장의 분위기는 빠르게 달아올랐다. 관객들은 음악에 맞춰 뛰고 소리를 내며 응원봉을 흔들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여러 프로그램이 취소되거나 줄어든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공연을 기다린 관객들은 무대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함께했다. 크라잉넛의 공연은 비 내리는 축제 마지막 밤에 강한 활력을 더했다.
아쉬움 속에서도 빛난 참여
제32회 서귀포칠십리축제는 악천후로 인해 당초 준비한 프로그램을 모두 선보이지 못했다. 퍼레이드 취소를 포함한 일정 변경은 참가자와 관객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어린이 참가자들은 콘테스트 무대를 마쳤고, 칠십리 가요제의 12개 참가팀은 비 속에서 노래를 이어갔다. 시민과 방문객도 공연장을 지키며 박수와 응원으로 화답했다.
전통과 현재가 만나는 서귀포의 대표 축제는 축소된 일정 속에서도 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제32회 축제는 참가자와 관객, 현장 운영 인력이 비 내리는 마지막 날까지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막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