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없는 섬의 특별한 쉼터, 삼무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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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없는 섬의 특별한 쉼터, 삼무공원

제주시 연동 중심에 자리한 삼무공원

제주 시내 번화가인 연동을 거닐다 보면 푸른 나무 사이로 조성된 산책로와 함께 우뚝 선 증기기관차가 눈길을 끄는 공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도민들의 편안한 휴식처이자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삼무공원'입니다.

매일 이 공원을 지나치면서도 "왜 제주도 한복판에 기차가 있을까?", "삼무공원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일까?"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삼무공원의 숨은 이야기를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삼무(三無)에 담긴 제주인의 삶과 정신

삼무공원의 이름은 제주도의 옛 삼무 정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삼무란 제주에 도둑, 대문, 거지가 없다는 뜻입니다. 과거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제주 주민들은 서로 돕고 신뢰하며 살아왔기에 도둑이 없어 대문을 세울 필요가 없었고, 근면 성실한 공동체 덕분에 구걸하는 거지도 없었습니다. 삼무공원이라는 명칭은 이러한 제주의 자랑스러운 전통과 평화로운 공동체 정신을 계승하고자 붙여졌습니다.

별이 모여 있던 언덕, 베두리오름의 역사

삼무공원이 위치한 자리는 원래 '베두리오름'이라 불리던 나지막한 오름이었습니다. 베두리는 제주 사투리로 '별(벨)이 무리(두리) 지어 모여 있는 모습 같다'는 뜻입니다. 1970년대 후반 신제주 지역 개발과 함께 1978년 근린공원으로 조성되면서 베두리오름 대신 삼무공원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공원 정상에는 삼무정이라는 정자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 정자는 1978년 공원 조성 당시 재일 대한민국제주도새마을부인회 대판(오사카)부회 회원들의 후원으로 건립되었습니다.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던 재일 동포들의 애향심이 이곳에 담겨 있습니다.

제주에 남겨진 특별한 증기기관차, 미카형 304호

삼무공원의 상징인 검은색 증기기관차는 '미카형 증기기관차 304호'(국가등록문화유산 제414호)로, 특별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1944년 일본에서 제작되어 조선총독부 철도국 경성공장에서 조립된 이 기관차는 경부선, 호남선 등 전국 주요 철도를 누비며 총 226만 4,000km를 달렸습니다. 이는 지구를 56바퀴 돌 수 있는 거리입니다.

1978년 제56회 어린이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평생 기차를 볼 기회가 적은 섬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교육용 선물로 이 기관차가 제주에 전달되었습니다. 대형 카페리호에 실려 바다를 건너 제주항에 도착한 이 기차는 현재 삼무공원에 안착해 있습니다.

이 증기기관차는 석탄과 물을 싣는 탄수차가 1940년대 원형 그대로 보존된 국내 유일의 석탄용 증기기관차로, 한국 철도 역사에서 매우 소중한 문화재입니다.

오늘날 삼무공원, 도심 속 평화로운 쉼터

현재 삼무공원은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을 넘어 도심 속 쾌적한 산책로와 운동 공간을 제공하며, 밤에는 아름다운 조명 아래 버스킹과 지역 축제가 열리는 문화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여행객에게는 섬 속에 남아 있는 옛 철도 유산이라는 특별한 매력을 선사하고, 매일 공원을 찾는 도민들에게는 제주의 역사와 선조들의 신뢰 정신, 그리고 재일동포들의 애향심을 되새기게 합니다.

삼무공원을 거닐며 웅장한 증기기관차의 세월과 정자에서 바라보는 도심 풍경을 천천히 음미해보는 것도 뜻깊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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