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가른 6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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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가른 60K

2026 UTMB 트랜스제주 개막

2026 UTMB 트랜스제주는 제주 서귀포의 자연과 한라산둘레길을 무대로 진행된 국제 트레일러닝 대회다. 개막식은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흥겨운 사물놀이 공연과 함께 시작됐다. 공연 참가자들이 선수들이 달릴 경기장 주로를 한 바퀴 돈 뒤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대회의 출발을 알렸다.

국제대회로 열린 현장에는 국내 선수뿐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도 다수 참가했다. 개막식에는 김희찬 서귀포시장, 오상문 조직위원장, 김성범 국회의원, 안병식 레이스 디렉터, UTMB 아시아지부장 등 국내외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오상문 조직위원장의 대회사와 김희찬 서귀포시장의 환영사에 이어 참가 선수들을 위한 레이스 브리핑이 진행됐다. 이후 100마일 종목 선수들이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을 출발하면서 3일간 이어지는 대장정의 막이 올랐다.

네 종목으로 구성된 트랜스제주

2026 UTMB 트랜스제주는 20K와 60K, 100K, 100마일 등 모두 네 종목으로 운영됐다. 이 가운데 60K는 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에서 출발해 물영아리오름 둘레길과 이승악오름, 야영수련장, 치유의 숲을 거쳐 서귀포월드컵경기장으로 들어오는 약 62㎞ 코스다.

출발 시각은 오전 8시였다. 약 1천400명이 참가한 60K 종목은 초반부터 많은 선수가 한꺼번에 이동하면서 일부 구간에 병목이 나타났다. 넓은 초원과 숲길, 오름, 돌길, 야간 산길, 도심 인근 도로가 차례로 이어져 제주 산림 지형의 여러 모습을 한 코스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구간주요 지점특징
출발 CP1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 물영아리오름 머체왓숲길약 19.5㎞의 비교적 긴 첫 구간
CP1 CP2머체왓숲길 이승악오름흙길과 삼나무 숲길 중심
CP2 CP3수악길 동백길 야영수련장돌이 많은 한라산둘레길 구간
CP3 CP4법정사 방면 치유의 숲가파른 오르막과 야간 산행
CP4 결승고근산 서귀포월드컵경기장제주올레길과 도로가 이어지는 마지막 구간

가시리에서 머체왓숲길까지

60K 참가자들은 가을 날씨 속에서 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을 출발했다. 레이스 초반에는 약 1천400명의 참가자가 좁은 구간으로 모이면서 진행 속도가 느려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선수들은 초원 사이를 지나 물영아리오름 둘레길로 진입했고, 물영아리오름 주차장과 수망리를 통과했다. 물영아리오름 주차장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어 머체왓숲길 소롱콧길 일부를 지난 선수들은 첫 번째 보급소인 CP1에 도착했다. 머체왓숲길 주차장에 마련된 이곳은 100K와 100마일 종목의 보급 지점으로도 사용돼 여러 종목의 선수와 운영 인력이 오갔다.

첫 보급소는 출발점에서 약 19.5㎞ 떨어져 있어 초반 급수와 에너지 관리가 중요한 구간이었다. CP1에는 물과 이온음료, 사과 등이 마련돼 장거리를 이동한 선수들의 수분과 에너지 보충을 도왔다.

삼나무 숲을 지나 이승악오름으로

머체왓숲길 주차장에서 이승악오름으로 향하는 구간은 고도가 크게 높지 않고 흙길이 중심을 이뤘다. 선수들은 이승악오름의 삼나무 숲길을 통과했다. 나무가 촘촘하게 늘어선 숲 사이로 참가자들의 행렬이 이어졌고, 코스 곳곳에는 진행 방향을 알리는 표시가 배치됐다.

약 29㎞ 지점의 이승악오름 주차장에는 두 번째 보급소인 CP2가 설치됐다. 이곳에서는 샤인머스캣과 바나나, 믹스커피, 과자류 등이 제공됐다. 선수들은 남은 한라산둘레길에 들어가기 전 음식과 음료를 섭취하고 장비와 몸 상태를 점검했다.

거친 돌길이 이어진 수악길

CP2를 지난 뒤부터 한라산둘레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장 먼저 만나는 구간은 한라산둘레길 5구간인 수악길이었다. 코스에는 이끼가 낀 계곡과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돌밭이 연이어 나타났다.

일반 탐방로에서 볼 수 있는 데크나 계단이 거의 없는 너덜길이 이어지면서 참가자들은 발을 디딜 곳을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울퉁불퉁한 돌 위에서는 작은 방심도 발목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른 주행보다 균형 유지와 안전한 이동이 중요했다. 긴 거리와 거친 노면이 겹치면서 이 구간은 많은 60K 참가자가 어려움을 겪은 곳으로 꼽혔다.

수악길 출구를 지나면 동백길 입구가 나타났다. 숲을 오래 통과한 선수들은 이후 열린 하늘을 마주했고, 야영수련장의 세 번째 보급소로 이동했다. CP3에 도착하기 전 돈내코 탐방로 입구에는 화장실이 마련돼 있었다. 참가자들은 내리막길과 짧은 자갈 구간을 지나 야영수련장에 도착했다.

따뜻한 음식이 준비된 CP3

야영수련장 CP3는 전체 60K 코스의 약 3분의 2 지점에 해당했다. 다른 보급소와 달리 따뜻한 음식이 제공된 곳으로, 2026년 대회에서는 된장국밥이 준비됐다. 장시간 숲과 돌길을 통과한 선수들은 이곳에서 식사하며 체온과 에너지를 보충했다.

보급을 마친 선수들 앞에는 다시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참가자들은 한라산둘레길 법정사 방면으로 이동했다. 코스에는 분홍색 리본과 야광 표시가 함께 설치돼 어두워진 숲에서도 진행 방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비와 어둠 속 치유의 숲

60K 이상 종목의 참가자들은 필수 장비인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야간 구간에 들어섰다. 숲은 빠르게 어두워졌고 비까지 내리면서 노면과 주변 시야를 세심하게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코스 표시와 헤드랜턴 불빛을 따라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어두운 숲을 빠져나온 지점에는 60K 종목의 마지막 보급소인 CP4가 설치됐다. 비와 땀에 젖은 선수들이 하나둘 도착하자 현장 운영 인력은 힘찬 응원으로 이들을 맞았다. 참가자들은 마지막 급수와 보급을 마친 뒤 결승선이 있는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고근산을 넘어 결승선으로

마지막 구간은 제주올레길 7-1코스 일부에 포함된 고근산을 통과했다. 밤이 깊어진 가운데 비바람까지 이어져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 앞뒤로 이동하는 선수들은 서로 격려하며 코스를 따라 전진했다.

산길이 끝난 뒤 아스팔트 도로가 나타났지만 곧바로 결승선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참가자들은 굴다리와 작은 숲길, 또 다른 굴다리를 차례로 지나야 했다. 멀리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 뒤에도 오르막 구간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2∼3㎞는 장시간 달린 선수들이 남은 힘을 끌어내야 하는 최종 관문이었다. 출발 후 10시간 넘게 코스를 달린 참가자들도 있었으며, 선수들은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 설치된 결승선을 통과하며 약 62㎞의 레이스를 마쳤다.

완주 메달과 기록 기념 공간

60K 완주자에게는 돌하르방 모양의 완주 메달과 트랜스제주 HOKA 완주 재킷이 제공됐다. 대회 공식 후원사인 호카의 현장 부스에서는 참가 기록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할 수 있었고, 기록 인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공간도 운영됐다.

20K 코스가 따라비오름과 대록산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60K 코스는 한라산둘레길의 숲과 계곡, 거친 돌길, 야간 구간을 폭넓게 포함했다. 초원에서 시작해 물영아리오름과 머체왓숲길, 이승악오름, 수악길, 야영수련장, 치유의 숲, 고근산을 거쳐 서귀포월드컵경기장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60K의 특징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긴 거리와 변화가 큰 지형, 해가 진 뒤 이어진 비바람은 선수들에게 높은 집중력과 체력을 요구했다. 동시에 곳곳에 설치된 보급소와 코스 표시, 현장 운영 인력의 지원이 선수들의 완주를 뒷받침했다. 제주 서귀포의 초원과 오름, 한라산둘레길을 연결한 2026 UTMB 트랜스제주 60K는 장거리 트레일러닝의 강도와 제주 자연의 특성을 함께 드러낸 코스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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