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역사의 숨결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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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역사의 숨결을 걷다

제주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역사의 숨결을 걷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제주도, 그곳에는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간직한 항파두리 항몽유적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면, 곧바로 만날 수 있는 것은 나무로 정성껏 다듬어진 토성진입데크입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에 살랑이는 드넓은 갈대밭이 시야를 가득 채웁니다.

이 갈대밭은 계절마다 다양한 꽃과 풀로 변신하며 평화로운 풍경을 자아내지만, 750여 년 전 이곳은 삼별초 군사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치열한 전장의 현장이었습니다.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갈대밭을 지나면, 마침내 항파두리 성 내부로 깊숙이 들어서게 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외성(토성)입니다. 이 흙으로 쌓은 성벽은 둘레가 무려 6km에 달하며, 삼별초가 몽골(원나라)의 침략에 맞서 제주도에 구축한 최후의 보루입니다. 1271년, 삼별초군은 진도에서 패한 뒤 제주도로 입도해 이 성을 쌓았습니다. 제주도의 돌이 부족한 지형적 특성 때문에 돌 대신 흙을 사용했으며, 진흙과 나뭇잎, 목재를 층층이 쌓아 단단하게 다지는 고도의 '판축기법'으로 만들어져 비바람에도 견고함을 자랑합니다.

이 성벽에는 나라를 지키려는 군사들과 백성들의 뜨거운 피와 땀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방문객들은 자연스레 숙연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성 내부를 둘러보면, 13세기부터 14세기에 걸쳐 사용된 다양한 고려청자 파편들이 대량으로 출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접, 완, 잔, 접시, 병뚜껑, 잔받침, 베개 등 다양한 종류의 청자가 발견되었으며, 무문, 음각, 양각, 상감 등 당시 유행했던 장식 기법도 고루 나타납니다. 특히 최고급 상감청자 파편들이 많이 발견되어, 삼별초가 단순한 패잔병이 아닌 고려의 정통 정부임을 자부하며 왕실 문화를 유지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전쟁터였던 이곳에서 발견된 화려하고 섬세한 청자 조각들은 그들의 자부심과 고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생생히 전해줍니다.

그러나 이 역사의 현장에는 가슴 아픈 결말도 함께합니다. 1273년, 여몽연합군 1만여 명이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고, 삼별초 수장 김통정 장군과 군사들은 압도적인 적군에 맞서 끝까지 항전했습니다. 외성이 함락된 후에는 근처 붉은오름으로 후퇴해 마지막까지 저항했으며, 오름의 흙이 붉게 물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질 만큼 치열한 혈전이 벌어졌습니다.

김통정 장군은 끝내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삼별초의 위대한 역사는 막을 내렸습니다. 오늘날 평화로운 갈대밭과 견고한 토성은 그날의 비장한 함성을 조용히 품고 있습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 뒤에 숨겨진 삼별초의 뜨거운 역사와 숨결을 항파두리에서 직접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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