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에 피어난 제주

제주 풍경과 삶을 품은 서예관
제주의 자연과 제주어, 섬사람들의 삶을 붓글씨로 조명하는 한곬서예관이 2026년 10월 24일 공식 개관한다. 장소는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다.
한곬서예관은 한글서예가 한곬 현병찬 선생이 평생 가꿔 온 창작 공간을 공공 문화공간으로 전환한 곳이다. 개인의 예술적 성취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글과 제주어 서예를 도민과 관광객이 함께 감상하고 배울 수 있도록 문을 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관과 함께 마련되는 기획전은 2026년 11월 17일까지 이어진다. 현병찬 선생의 작품과 초대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제주 풍경, 제주민요, 제주어에 담긴 정서를 다채로운 한글 서체로 살펴볼 수 있다.
먹글이 있는 집에서 한곬서예관으로
한곬서예관의 전신은 현병찬 선생이 창작과 후학 양성의 터전으로 운영해 온 서예전시관 먹글이 있는 집이다. 오랜 세월 작품을 만들고 제자를 길러낸 공간이 이제 도민과 방문객이 이용하는 공공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현병찬 선생은 자신이 창작하거나 수집한 서예작품과 도서를 비롯해 전시관과 토지를 제주도에 무상으로 기부했다. 평생 축적한 예술적 결실과 창작 기반을 후대와 나누기 위해 유형의 자산까지 함께 내놓은 것이다.
제주도는 2024년 6월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시설을 정비했다. 명칭은 현병찬 선생의 호인 ‘한곬’을 따서 한곬서예관으로 정했다. 이어 2026년 6월 운영 조례를 제정해 서예관의 운영과 관리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한곬서예관은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면서 한글과 제주어 서예의 가치를 공유하는 장소로 운영될 예정이다. 기증자의 예술세계와 나눔의 뜻을 보존하고, 이를 도민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역할도 맡는다.
한글 조형미를 탐구한 현병찬
현병찬 선생은 한글의 조형미를 탐구하고 제주의 자연과 삶, 제주어의 정서를 서예로 표현해 온 한글서예가다. 소암 현중화 선생과 해정 박태준 선생에게 서예를 배웠으며, 창작 활동과 함께 후학 양성에도 힘을 기울였다.
붓과 먹으로 한글의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작업뿐 아니라 한글 컴퓨터 글꼴 ‘미소체’를 개발하고 보급했다. 전통적인 붓글씨의 미감을 작품에 담는 한편, 컴퓨터 환경에서도 한글서예의 매력을 접할 수 있도록 활동 영역을 넓혔다.
특히 제주어와 제주민요, 섬의 자연과 공동체의 삶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았다. 문자 자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글에 담긴 지역의 기억과 정서를 함께 드러낸 것이 작품세계의 특징이다.
10월 24일 공식 개관
개관식은 2026년 10월 24일 오후 2시 한곬서예관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는 현병찬 선생의 예술세계를 돌아보고, 작품과 공간을 기증한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된다.
| 행사 | 한곬서예관 개관식 |
|---|---|
| 일시 | 2026년 10월 24일 토요일 오후 2시 |
| 장소 |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 한곬서예관 |
| 주요 내용 | 기념영상 상영, 개관 인사, 축사, 기증자 인사말, 현판 제막, 전시 관람과 작품 해설 |
행사는 기념영상 상영으로 시작한다. 이어 개관 인사와 축사, 기증자 인사말이 진행되고 한곬서예관의 출발을 알리는 현판 제막이 이어진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에는 전시장을 둘러보며 작품 해설을 듣는 시간도 마련된다.
39점으로 펼치는 개관 기획전
개관 기획전에는 현병찬 선생의 작품 14점과 초대작가 작품 25점 등 모두 39점이 소개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전시는 제주의 대표적인 풍경에서 출발해 제주민요와 제주어, 자연과 삶을 표현한 작품으로 이어진다. 작품마다 글의 내용과 서체의 형태가 맞물리며, 한글서예가 지역의 문화와 생활상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전시장에서는 대형 병풍과 육각기둥 형태의 작품, 제주어의 소리와 움직임을 표현한 글씨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른 크기와 구성의 작품들이 이어지면서 제주 자연의 넓은 풍경과 섬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상이 한 공간 안에 펼쳐진다.
병풍에 옮긴 제주의 열 가지 풍경
‘영주십경’은 제주의 아름다운 열 가지 풍경을 노래한 양중해의 한글 시를 대형 10곡 병풍에 담은 작품이다. 병풍의 넓은 화면을 따라 시와 글씨가 이어지고, 관람객은 붓글씨의 흐름 속에서 제주 풍경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작품은 글의 뜻과 서예의 시각적 구성을 함께 감상하도록 한다. 열 폭에 걸쳐 펼쳐지는 글씨는 제주를 상징하는 풍경을 문자 예술로 옮긴 결과물이다.
바람과 돌과 사람을 쓴 삼다의 섬
‘삼다의 섬’은 제주의 바람과 돌, 여자를 제주어와 여러 한글 서체로 표현한 작품이다. 제주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소재를 글의 내용으로 삼고, 서로 다른 형태의 글씨를 통해 각 소재의 인상을 드러낸다.
관람객은 같은 한글이라도 서체와 짜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제주어가 지닌 고유한 말맛과 한글의 조형적 특징을 한 작품 안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해녀노래와 노동요에 담긴 일상
‘제주민요-해녀노래’에는 해녀들의 고된 노동과 삶의 애환이 담겨 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온 해녀들의 이야기가 민요의 언어와 붓글씨를 통해 나타난다.
‘제주민요-노동요’는 제주 사람들의 농경생활과 그 과정에서 축적된 삶의 지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노동의 현장에서 불린 노래를 서예로 옮겨, 공동체의 생활과 기억을 글씨로 마주하도록 했다.
두 작품은 제주민요를 단순한 노랫말이 아니라 섬사람들의 노동과 생활을 기록한 문화로 바라보게 한다. 글씨의 획과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민요 속에 담긴 생활의 무게와 공동체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다양한 형태로 만나는 제주어
‘육각기둥형 제주어 작품’에서는 제주 자장가와 제주해녀, 제주 일노래 등을 만날 수 있다. 평면을 벗어난 육각기둥 형태를 활용해 여러 방향에서 제주어와 서예를 감상하도록 구성한 작품이다.
‘제주사람들 이야기’는 제주어 특유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돌하르방을 통해 표현했다. 제주어의 소리와 움직임을 글씨에 담고, 제주를 상징하는 돌하르방을 결합해 지역 언어의 개성을 보여준다.
제주어 작품들은 뜻을 전달하는 문자와 시각적 형상이 함께 어우러지는 한글서예의 특징을 드러낸다. 말로 이어져 온 지역의 생활문화가 붓글씨라는 형태로 기록되고 전시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자연과 삶을 담은 작품들
전시장에는 ‘강호사시가’, ‘오우가’, ‘흐르는 물처럼’, ‘몽돌’ 등 자연과 삶을 소재로 한 작품도 소개된다. 고전 작품에서 자연물을 다룬 글까지 다양한 내용이 붓글씨로 펼쳐진다.
초대작가와 현병찬 선생의 제자들이 출품한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조종숙 작가의 ‘장진주사’와 김선숙 작가의 ‘님의 침묵’ 등이 대표적이다. ‘님의 침묵’은 한용운의 작품을 서예로 표현했다.
현병찬 선생의 작품과 도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면서 전시는 서로 다른 글씨의 구성과 표현 방식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스승의 예술세계와 후학들의 작업이 함께 놓인다는 점도 개관 기획전의 주요 특징이다.
전시 관람 정보
| 전시명 | 한곬서예관 개관 기획전 |
|---|---|
| 기간 | 2026년 10월 24일 토요일부터 11월 17일 화요일까지 |
| 관람 시간 |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 장소 |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 한곬서예관 |
| 관람료 | 무료 |
| 문의 |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과 064-710-3411 |
기획전은 개관 당일부터 25일 동안 운영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관람과 시설 관련 문의는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과가 받는다.
기증의 뜻 잇는 열린 문화공간
한곬서예관의 출발점은 평생 일군 작품과 창작 공간을 사회와 나누겠다는 기증자의 뜻이다. 제주도는 기증받은 시설을 정비하고 운영 조례를 마련해 공공 문화공간으로 문을 열게 됐다.
서예관은 현병찬 선생의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 공간이자 한글과 제주어 서예를 접하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제주의 말과 삶을 붓글씨로 기록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지역의 언어와 생활문화를 다음 세대와 공유할 기반도 갖추게 됐다.
개관 기획전은 한글의 형태적 아름다움과 제주어의 고유한 정서, 제주 사람들의 노동과 생활을 함께 살펴보는 자리다. 병풍에 펼쳐진 풍경과 민요를 옮긴 글씨, 입체적으로 구성된 제주어 작품이 어우러진 전시장은 제주를 문자 예술로 바라보는 공간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