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걷기축제 3일차, 역방향 걷기와 목사 행렬 재현

2025 제주올레걷기축제, 제주의 역사와 자연을 걷다

2025년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제주도 전역에서 열린 '2025 제주올레걷기축제'는 단순한 걷기 행사를 넘어 제주의 생태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팬데믹 이후 완전한 대면 행사로 전환되면서 약 1만 명의 참가자가 제주를 방문해 다양한 코스를 체험했다.

이동형 축제의 독특한 매력

제주올레걷기축제는 매일 다른 코스를 따라 이동하며 자연과 문화를 체험하는 '이동형 축제'로 진행된다. 2025년에는 17코스와 18코스를 중심으로 축제가 펼쳐졌으며, 특히 마지막 날인 11월 8일에는 기존의 정방향 걷기 대신 역방향 걷기를 도입해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사전 예약과 현장 접수를 통해 참여했으며, 공식 기념품으로 스카프와 코스별 라벨, 꾸러미 가방 등을 받았다. 지역 여성회와 마을 공동체가 식사와 체험 프로그램을 주도하며 주민 주도형 축제의 모범을 보였다.

3일차 일정: 역사와 자연을 잇는 11.3km 여정

11월 8일 3일차 일정은 조천만세동산에서 시작해 삼양다목적체육관, 삼양해수욕장, 화북포구까지 이어지는 11.3km 코스로 진행됐다. 이 코스는 제주 근현대 항일 역사와 조선시대 관문 역사를 아우르는 시간 여행과도 같았다.

조천만세동산, 항일운동의 성지

출발지인 조천만세동산은 1919년 3.1 운동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지식인과 학생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역사적 장소다. 이곳은 제주 3대 항일운동 중 하나로, 민족적 저항 의식이 강렬했던 시기를 상징한다.

참가자들은 기념탑 아래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당시의 함성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걷기 축제가 단순한 레저를 넘어 집단 기억을 공유하는 의례적 행위임을 보여준다.

삼양다목적체육관에서의 점심과 삼양해수욕장 맨발 걷기

점심은 삼양다목적체육관에서 제공되었으며, 대규모 인원을 효율적으로 수용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삼양동은 지질학적 특성과 지역 미식이 어우러진 독특한 경험을 선사했다.

삼양해수욕장은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으로, 현무암이 풍화되어 형성된 흑사구층이 특징이다. 철분 함유로 태양열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신경통과 관절염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많은 참가자가 신발을 벗고 맨발로 검은 모래를 걷는 체험을 즐겼다.

화북포구, 조선시대 관문과 목사 행렬 재현

축제의 종착지인 화북포구는 조선시대 제주와 육지를 잇는 주요 관문으로, 제주목사와 판관의 부임 및 이임, 유배인들의 입도 장소로 역사적 의미가 깊다.

이날 화북포구에서는 '제주목사 행렬 재현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1702년 제주목사 이형상이 제작한 기록화첩 『탐라순력도』를 바탕으로 고증된 이 행렬은 취타대, 기수단, 호위 무사, 가마를 탄 제주목사 역 배우 등으로 구성되어 전통 복식을 갖추고 진행되었다.

행렬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축제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길트기' 형식으로, 올레꾼들이 완주 후 화북포구에 도착해 목사 행렬과 만나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는 과거 행정관과 현대 여행자가 시공간을 넘어 만나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제주올레, 문화와 정체성의 통로

이번 축제는 제주올레가 단순한 트레킹 코스를 넘어 제주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문화적 혈관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화북포구에서 펼쳐진 목사 행렬과 올레꾼들의 만남은 과거와 현재, 지역민과 여행자가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진정한 소통의 장을 보여주었다. 이는 앞으로 지역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